|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br><br>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br>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br>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br><br> <br>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br><br>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간다<br><br>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br><br> <br>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의 대중가요에도<br><br>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br><br>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br><br>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br><br> <br>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br><br>깊은 밤 등하에서 주소록을 펼쳐 들<br><br>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낸다<br><br>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br><br> <br>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br><br>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br><br>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br><br>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br><br> <br>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br><br>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두고 싶다<br><br>이 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br><br> <br>오~ 아무개 아닌가 하고<br><br>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br><br>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두고 싶다<br><br> <br>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주고 싶다<br><br>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br><br>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br><br>법정스님 글..<b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