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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웬수를 어찌갚나..
관리자
1643 2013-11-26 오후 6:01:01

이 웬수를 어찌갚나....

결혼 20년차 중고아줌마입니다

오늘 우리집 대장은 새벽 4시 반이되니 일어나 샤워하고 다섯시가 좀

넘어 출근한다고 칼칼한 새벽공기 맞으며 나서네요

결혼 20년이 되도록 추우나 더우나 일터로 나가는 뒷모습이 짠해서

오늘은 더 춥다던데... 속이 울컥합니다

결혼하고 몇 년을 주말부부로 지낸적이 있었어요

고압전기 관련 일을 했는데 출장간 근무지가 울산이어서

보름에 한 번씩 올라왔지요, 어느달엔가... 연속 두 번을 못 올라오니

입을 옷도 좀 챙기고 아빠 보고싶어하는 애들데리고 울산에 갔었어요

그곳에서... 차마 못 볼걸 보고 말았지요... ㅠㅠㅠ

터미널에 마중나온 남편이.. 상 거지꼴을 하고 나온거에요 일하다 나왔다면서..

우리를 숙소에 데려다 놓고 바쁘다며 부랴부랴 다시 일터로 가더군요

숙소에 대충 짐을 풀고 청소를 해놓고 슬슬 남편 일하는 곳에 갔더니

끝도 보이지 않는 높은 철탑에 올라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매달려

일을 하고 있었어요... 모른척하고 숙소로 바로 되짚어 왔지요

아무말 못하고 다음날 애들과 올라오는 차편에서

한없이 울었습니다... 안쓰러운 그 모습이 눈에 어른거려서요..



그 뒤로 목숨걸고 벌어다 주는 월급인데.. 100원도 허투로 못쓰겠고

검뎅이 잔뜩 묻은 얼굴로 환하게 웃어주던 모습에 전 남편의 어지간한 잘못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어요... 나도 웃는 얼굴만 보여줘야겠다 싶어서요

물론 그런 저에게 남편은 신의와 성실함으로 보답했구요..

이제는 조금 생활의 풍족함까지는 아니어도 주말마다 쉬며 남편과 동네 뒷산이라도

슬슬 다니는 정도의 여유는 갖게되어 아..! 참 좋다! 이러고 다닙니다^^

여전히 같이살며 건강하게 생활의 노하우를 전수해주시는 시모...

공부는 조금 못해도 동네분들께 인사 잘한다고 칭찬듣고 다니는 유쾌한 아이들..

자기 인생의 최대 복권이 나를 만난것이라고 해주는 울집 대장...

이 소소한 행복을 같이 일궈준 이 웬수(?)를 어찌 갚아야 할 지...

여기계신 미즈님들.. 혹여 남편이 밉거들랑 남편이 일하는 모습을 멀리서

한번쯤 봐주셔도 좋을것 같아요..

상사에게 모진소리 들어가며 쓴 커피로 위안삼고 있는 남편

거래처 새파란 놈들 접대하느라 쓰린속을 부여잡고 있는 남편

찬바람속에 곱은 손으로 등짐을 지다 허연 담배연기로 달래는 남편...

혹시 이런 모습이 보인다면... 오늘 만큼은 따뜻한 김치찌개에

말간 소주 한잔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보듬어 안아봅시다...

남편분들! 퇴근해서 혹시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다면

짜고 맵고 신 맛이라도 꿀맛이라고 오성호텔 특식보다 맛있노라고

엄지손가락 한번 올려주세요! 모두 사랑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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